김정자(66·서울 중랑구)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혈압약 두 알을 먹는다. 아침 식사 후에는 관절염약 한 알을 먹는다. 여기에, 요즘 감기 기운이 있어 약국에서 산 종합감기약을 두 알씩 아침·저녁 하루 두 번씩 먹는다. 김씨가 이날 하루 먹은 약은 총 7알이다.
김씨처럼 노인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아 약을 많이 먹는다. 하지만 노인은 체성분 구성이나 약물 대사능력이 젊은이와 다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노인이 많이 처방받는 약품의 위험성 등을 분석한 \'노인에 대한 의약품 적정사용 정보집\'을 제작해 오는 10일 공개할 예정이다. 수록 내용 중 일반의약품 위주로 주의해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속쓰림(위염·위궤양 환자)약을 먹는 사람: 진통제·관절염약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으면 진통제 목적으로 쓰는 아스피린, 관절염약(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두통·요통이 있을 때 먹는 진통제나 관절염약은 위궤양이나 위장 출혈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특히 노인은 소화기관의 활동력이 떨어져 중장년층보다 위에 2~3배 오래 머무르므로 위장 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진통제는 성인용량의 절반만 먹는다. 성인이 2알 먹는 약이면 노인은 1알만 먹는다. 위염·위궤양이 있는 사람이 관절염약을 먹을 때는 의사나 약사에게 위장약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
빈혈이 있거나 검은색 대변을 보는 등 위장 출혈 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고혈압 환자: 관절염약·콧물약
고혈압 환자가 관절염약을 잘못 복용하면 고혈압약을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 관절염약(낙센에프, 아나프록스, 브렉신, 브록신 등)이나 코막힘약(영풍화이콜 등)은 혈관 수축 방지 등 고혈압약의 작용을 방해해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는 관절염, 콧물약을 먹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다. 이런 약을 먹을 때에는 자동 혈압계로 혈압을 자주 재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지 않는지 관찰한다.
◆전립선비대증·요실금·녹내장 환자: 종합감기약, 수면제
전립선비대증·요실금·녹내장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전립선비대증·요실금 환자는 소변을, 녹내장 환자는 안내액(眼內液)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야 하므로, 평소에 뇌에서 소변이나 안내액을 배출시키는 신경을 활성화시키는 약물을 복용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종합감기약(화콜골드 등)과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수면제(자메로 등)에는 정반대로 이런 신경의 활동을 억제하는 약이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소변이 안 나오고 배가 아픈 급성요폐증상이 나타나거나, 안압이 상승해 갑자기 눈이 아프고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약이나 수면제를 사거나 처방받을 때 복용 중인 약물이 있다는 것을 의사, 약사에게 알린다. 약국에서 감기약을 살 때는 종합감기약 대신 두통약·기침약 등 증상별로 나온 약을 따로 구입한다.
◆뇌졸중, 심장판막수술 환자: 먹는 무좀약
뇌졸중이나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환자는 \'와파린\'이라는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이런 환자는 몸에 피떡(혈전)이 생기기 쉬운데 이 약은 혈액을 묽게 해 병의 재발을 막아준다. 이런 환자는 노인이 아니라도 먹는 무좀약(항진균제)을 먹으면 와파린이 몸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돼 출혈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노인은 65세 이하보다 약물 대사 능력이 2분의 1 이하로 떨어지므로 더 위험하다.
→손·발톱 무좀이나 진균성 결막염이 생겼을 때 병원에 가면 항진균제를 주는데, 이때 와파린 복용 사실을 알려야 한다. 무좀에는 되도록 바르는 무좀약을, 진균성 결막염에는 눈에 넣는 안약을 사용한다. 피부과나 안과 약 복용 후 살짝 부딪혀도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났을 때 피가 멈추지 않으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불면증이나 하부요로 증상이 있는 사람: 코막힘약
밤에 잠을 잘 못자거나, 소변 때문에 자꾸 깨는 하부요로 증상이 있는 사람이 일부 코막힘약(영풍화이콜, 스니코에스, 액티피드 등)을 복용하면 수면장애가 심해질 수 있다. 코막힘약에 반드시 들어가는 에페드린 성분은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코막힘이 아주 심하지 않으면 약보다 대체 요법을 먼저 시행해본다. 미지근한 물에 묽게 탄 소금물을 손 위에 올려놓고 흡입하거나 생리식염수로 코 안을 세척하면 막힌 코가 뚫린다. 먹는 약 대신 스프레이 형식으로 된 코 혈관 수축제를 단기간 쓰는 것도 도움된다.
〈도움말 주신 분〉
박병주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윤종률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원장원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주연 서울대병원 약제과 약사
* 한국실버산업신문